가을타나?


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해. 하루에도 열 두번씩.
그냥 웃고 잠자코 있고 평소와 다름 없는 겉모습을 뒤집어 쓰고서
속으로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우울했다가.
아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이 얘기를 들으시면 깍쟁이라고 하실 거야.

그러고 보니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던 그 날이 얼마 남지가 않았네.
25일이면 또 몇 년 전, 그 날을 떠올려야 하는군.
따뜻한 할머니가 아니라 미끈한 사진 따위라도 안아봐야겠다.
할머니 보고싶다.

지금도 내가 이런소리를 주절주절 떠드는 건
술을 먹어서도 아니고 Kevin Kern의 연주 때문도 아니야.
그냥 좀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싫어서
술을 먹은거고 Kevin Kern의 연주를 듣는 거니까.

요즘에 매일 나한테 물어보는데 너 지금 뭐하는 거야, 하고.
근데 나도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.
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졸렬한 자부심 혹은 자만심이라도 가지고 있었는데
지금 내가 가진 건 뭐지.
내 스스로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
오래 전에 그렇게 생각했겠지, 저거 뭐야. 이렇게.
싫다. 싫은데 고작 한발짝 내디딜 용기가 없어서 또 망설이고 있어.

뭔가 한다는 건 그게 뭐가 되었든 박수 받을 일이야.
부럽다.

오늘 술을 마시면서 친구가 그러더라.
너가 외로워서 미쳤구나.
근데 난 별로 외롭다는 생각은 안해봐서 죽방을 때려줬거든.
닥쳐 하면서.

외롭다기보다는 그냥 좀 나사 여러개 풀린, 정신나간 상태인 것 같은데
왜 다들 남자친구를 만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.

지금 상태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내가 괜찮아지면
난 그것만큼 화날 일도 없을 것 같아.
남자친구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같잖아.
그딴 건 죽어도 싫다.

그냥 좀 가을 타는 듯. 쳇.

by 포크 | 2009/11/07 21:58 | 잡글 | 트랙백 | 덧글(0)

◀ 이전 페이지          다음 페이지 ▶